경험과 생각

왜 오래된 다가구나 단독 건물 옆에는 스티로폼 화분이 많을까?

모난Monan 2020. 4. 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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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옆에 있는 스티로폼 화분

구도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스티로폼 박스를 화분으로 활용한 경우를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스티로폼 화분이거나 핸디코트나 페인트 등 건축 자재가 담겨 있었던 플라스틱 통,

아니면 싸구려 플라스틱 화분 등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화분의 용도는 무엇일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텃밭일까?

보통 다가구나 단독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사는 경우가 많다.

옛날 어릴 적 집 마당 텃밭 키우거나 밭에서 농작물 키우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 걸까?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건물 안에 두지 않고 바깥에 두지?

바깥에 두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꼭 쓰레기를 거기에 두고 간다.

쓰레기, 담배꽁초가 버려진 화분에서 자란 상추라...

 

상추, 고추 같은 채소를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화분 그 자체로 방치해 놓는 경우도 많다.

보면 지저분해서 보기 싫을 때가 많다.

저것만 없어져도 골목이 깨끗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저게 깨끗해 보이는 걸까 의아하기도 하고. 

텃밭이 아니라 다른 용도가 있는 거 아닐까?

 

다른 용도는 과연 무엇일까?

구도심 골목은 길이 좁다. 차 두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차 한 대만 겨우겨우 주차할 수 있는 길도 많다.

그런데 다들 차를 갖고 있다. 차들은 어떻게든 주차를 하려고 한다.

남의 집 대문 앞이라고 차를 대면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런 보기 싫은 화분조차 두지 않으면 내 집 앞 대문 앞에 남의 차가 떡하니 막고 있는 꼴을 보게 된다.

"아니 남의 집 앞에 왜 차를 주차하세요."라고 말하면

"죄송합니다. 차 빼겠습니다." 이러면 좋겠지만...

현실은 "여기 본인 땅이세요? 나라땅이잖아요."

이런 대답을 듣기 십상이다.

 

조심히 차를 주차하면 좋으련만 길이 좁으니 그 좁은 길에서 차를 빼다 보면 건물 벽이나 담을 박게 된다.

실제로 좁은 길을 걷다보면 지붕에서 빗물이 내려오는 우수관이 찌그러져 있거나 망가진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딱 찌그러진 지점이 차 뒤범퍼다.

오래된 집을 차가 박는다고 생각해보라.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집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그 차 주인이 보상을 해줄까?

사람을 친 것도 아니고 차끼리 부딪친 것도 아니고, 뺑소니라고 보기 애매하니 집주인만 억울하다.

 

가장 저렴하면서 핑계를 댈 수 있는 해결책은 바로 화분이다.

꽃을 심든 상추를 심든 잡풀을 심든 상관 없다.

흙이 잔뜩 들어 있어 무거운 화분. 쉽게 옮길 수 없는 화분.

누군가 구청에 민원을 넣을 때 명분이 있을 법한 무엇.

그게 바로 스티로폼 화분이다. 

 

차가 박아서 망가져도 괜찮다. 비싼 사기로 된 예쁜 화분을 두었는데 어느 차가 박고 튄다면?

그래서 깨진 화분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처음에는 분노하다 반복되는 그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적응한다.

가장 싸구려 물건을 두는 것으로.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스티로폼을 활용한 화분.

비싼 외제차가 박아도 차에는 손상이 없으니 서로 좋은 것 아닌가.

(비싼 차를 모는 사람은 거꾸로 화분 주인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스티로폼 화분의 위치를 잘 보라.

대부분 집 대문이나 입구 근처 또는 건물의 모서리에 주로 있다. 

담이 없는 건물이라면 옆면에 쭉 늘어선 경우도 많다.

담이 없는 건물은 더더욱 위험하지 않겠나.

차가 갑자기 반지하 창문을 들이 받는다면 정말 끔찍할 거 같다.

 

골목을 그냥 지나다니는 사람한테는 그냥 이해할 수 없는 지저분한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내 안전을 망가뜨리는 차량으로부터 내 집을 보호해주는 소중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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