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생각

학군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모난Monan 2020. 4. 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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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어떻게 생각하는가? 집값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왜 학군이 집값을 결정하는가?

좋은 학군 지역에 살면 명문대 입학 확률이 높아져서?

과연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

학군 관련 기사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지역 이기주의', '혐오', '차별' 등.

학군에 민감한 건 지역 이기주의일까?

왜 사람들은 학군에 그렇게 민감한 걸까?

학군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학군, 집, 내 자녀의 인생

학군의 뜻은 이 글을 보자.

간단히 말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어딘가에 따라

내 자녀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결정된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그게 뭐가 중요하지라고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집이 어딘가에 따라 당신 자녀의 12년 인생이 결정된다.

단순히 12년이 아니다.

각 개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꼽으라면 10대다.

거의 많은 것들이 10대 때 결정된다.

그런데 10대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결국 당신 자녀의 삶이, 당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맹모삼천지교 孟母三遷之敎

학군 기사에 빠짐 없이 나오는 이야기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서 세 번 이사했다는 이야기.

묘지 옆에 있었더니 장사 지내는 것을 따라하고,

시장 옆에 있었더니 물건 파는 것을 따라하고,

서당 옆으로 이사했더니 그때서야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

간단히 말하면 맹자 어머니가 이사를 안 갔다면

맹자는 위인이 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어디 사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정했다는 이야기다.

 

스펀지 같은 10대

스포츠 기사에 흔히 코치가 하는 말이 있다.

어린 친구들은 스펀지 같다고. 가르쳐주면 금방 익힌다고.

10대 때는 스펀지 같다. 주변 것을 빠르게 흡수한다.

맹자도 마찬가지였고.

그 주변이 안 좋으면 빠르게 흡수해서 빠르게 망가진다.

당신 초등학교 딸이 어느날 랜덤 채팅 앱을 하는 걸 봤다.

이거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으니

"응. 친구가 추천해줬어. 재미있대."라고 답하는 걸 생각해보자.

어떤 생각이 들까?

 

따돌림, 폭력, 성폭력, 갈취...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내 아이에게 벌이는 사건 사고들.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그런 기사들을 흔히 접한다.

어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 불안하다.

아이가 선생님한테 이유없이 구박을 당해서 자존감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지, 맞고 다니지는 않을지,

몸이 약한데, 공부도 잘 못하는데, 키도 작은데...

일단 학교를 가면 부모의 통제 밖이다. 보호해 줄 방법이 없다.

하지만 10대 때 당한 사건은 아이 삶 전체를 망가뜨린다.

어릴 때 왕따, 폭력을 당해서 자존감이 낮아져

집 밖을 못나가는 아이의 기사를 흔히 볼 수 있으니까.

 

친구, 아이는 부모의 거울, 저소득층

아이는 스펀지 같아,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흔히 말한다.

부모가 욕설을 하면 아이는 욕설을 배운다.

폭력성, 범죄발생율 거의 대부분의 안 좋은 통계는 소득과 상관관계가 높다.

빈곤층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범죄율이 높게 나타난다.

당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저소득층 밀집지역과 같은 학군으로 묶여 있다면?
당신은 당신 자녀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에 민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은 임대주택,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

임대주택에 따라 소득 상한선이 다르지만 서민들을 위해

정부에서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이니

평균 소득 아래일 가능성이 크다.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은 집값이 싸다. 거주 환경은 진짜 안 좋다.

대부분 이런 지역은 집주인들이 재개발을 바라고 투자한 경우가 많다.

집에 관심이 없다. 새로 세입자를 얻는 비용도 아까워한다. 

그래서 전셋값 자체를 잘 안 올린다. 전셋값이 싸다.

월소득이 꾸준히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에 살지 않는다.

꾸준한 월소득으로 전세대출을 받아서 빌라나 아파트로 가서 산다.

따라서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에는 월소득이 꾸준하지 않으며,

관리비도 부담스러운 가구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저소득층일수록 자녀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저소득층은 많은 경우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크고, 하루 하루를 걱정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자녀에게 신경을 쓸 틈이 있을까.

항상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당연히 모든 저소득층 부모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런 시각 자체를 '편견'과 '혐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에서

부모 소득이 청소년 성장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예) 한국 청소년 패널조사(KYPS) VI - 빈곤이 청소년 성장에 미치는 영향

 

소득이 정말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

소득불평등을 줄이면 이런 문제도 완화되겠지만,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각 개인은 결국 학군을 보고 집을 결정한다

각 개인이 현 교육 체계 안에서

자녀가 자녀의 친구들로부터 받게 될

안 좋은 영향 또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다.

학군을 보고 집을 결정하는 것.

되도록 본인과 소득 수준이 비슷한 집의

친구들과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학군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이기주의자'라고 말하든

혐오와 편견을 갖고 있다고 말하든

그들에게는 크게 설득력이 없다.

 

당신의 딸이 친구의 나쁜 영향으로

랜덤 채팅 앱에 빠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랜덤 채팅 앱을 당장 지우도록 하고,

친구의 영향을 차단해야 한다.

동네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는 판단이 든다면?

이사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학군이 좋은 곳은 당연히 집값이 비싸다

학군이 안 좋은 곳은 기피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없는데 어떻게 가격이 오르겠는가.

학군이 좋은 곳은 당연히 비싸다.

수요가 많다.

내 자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

내 자녀가 큰 탈 없이 크기를 바라는 마음.

내 자녀가 겪을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내고 학군이 좋은 곳에 집을 사는 거다.

학군이 좋은 곳에 집이 비싼 이유는

위험 회피 비용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잘 찾아보라.

같은 구에 비슷하게 지하철역에서 가깝더라도,

다가구 밀집 지역과 같은 학군인 아파트는 싸다.

 

공교육 개선, 사회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교육이 개선되어 아이를 따돌림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낼 수 있다면,

소득 계층에 따른 아이들의 교육 수준 편차를 줄일 수 있다면

사람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사회 불평등이 개선되어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면

사람들의 학군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현 교육 체계가 유지된다면

학군에 대한 선호는 계속될 거 같다.

그 선호는 가격에 반영된다.

돈은 사람들의 선호를 가장 정확히 나타내는 도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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